“얼굴, 청승맞긴…….”
천천히 뜬 눈꺼풀 너머로 엉망진창인 얼굴이 보였다.
머리카락은 완전히 하얗게 셌고, 얼굴에도 연륜이 깃든 주름이 늘어서 이건 이거 대로 멋있다고 느끼는 건 어쩔 수 없다. 당연히 착각할 턱이 없었다.
남편의 얼굴이니까. 그 이별로부터 시간은 꽤 지난 모양이지만.
“────.”
길게, 숨을 내뱉었다. 가까이에는 그 밖에도 하인켈과, 라인하르트일까. 둘의 기척이 느껴졌다.
아스트레아의 사내 셋이 모여서 일부러 마중하러, 배웅하러 와 준 걸지도 모른다.
다들, 착한 아이들이었으니까.
“테레시아, 나는…….”
쭈글쭈글한 얼굴로 빌헬름이 말을 잇지 못하고 있었다.
아들과 손자 앞인데 볼썽사납다. 위엄과 늠름함은 어디다 놔두고 온 것일까. 하 긴 돌아보면 의외로 이렇게 약하고 여린 면도 귀여운 사람이었지만.
“저기, 빌헬름…….” 자신의 목소리는 쉬어 있었는데, 그런데도 묘하게 젊었다. 이미 할머니일 텐데. 마치 처음 사랑을 하던 시절 같은 목소리라 창피하다.
“────.”
처음 사랑을 하던 시절, 그런 감각에 낯간지러워진다.
남은 시간도 별로 없는데 그저 서로 바라보기만 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래도 좋다. 테레시아가 전해야 할 말은 충분히 전했다. 그건 빌헬름도 알리라.
그렇기에 시간과, 기회와, 말이 필요한 건 이 양반 쪽.
테레시아는 조용히 그 말을 기다리면 된다. 기다리게는 하지만 반드시 기대에는 부응한다. 그런 남자니까, 빌헬름 트리아스는.
그럼 남편이니까, 빌헬름 반 아스트레아는.
“네게, 해야만 하는 말이…… 있다.”
“───.”
“나, 나는 말이 서툴러서, 자기 생각도 잘 못 전해서 네게도 고생을……. 그래서, 20년 넘게, 네게 한 번도…….”
“────.”
“20년, 불안하게 만들었을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바보 같은 사람.”
제대로 말도 못 하는 요령 없는 모습에, 잠자코 있을 생각이었는데 가만있지 못 하게 됐다. 웃음이 터진다. 정말 이 남자, 무슨 말을 하는 거람.
“정말로, 몰랐던 거야?” 당장에라도 울어 버릴 듯한 얼굴로 열심히 고심하려는 뺨에 손을 뻗었다.
몸이 몹시 무겁다. 이제 힘이라곤 거의 남지 않은 몸이지만 남은 힘 전부를 손끝 에 담아서 그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말을 못 잇는 그 뺨에 손가락을 보낼 수 있었다. 남은 힘 전부를 그 손끝에 담아 사랑하는 남자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닦을 수 있 었다.
“당신은 계속, 말해 주고 있었어.”
숨겼다고 생각했을까.
말로 표현하지만 않았다고, 숨겨낼 수 있는 줄 알았던 것일까.
“당신의 눈이, 당신의 목소리가, 당신의 태도가, 당신의 행동이, 계속.”
빌헬름이 테레시아에게 보내는 모든 것이. 이 사람의 마음을 무엇보다 또렷하게 전해 주었는데.
“나는, 너를──.”
“당신은, 나를──.”
그러니까, 충분했었어.
“──사랑해.”
처음부터 끝까지, 틀림없이 축복받은 인생이었어.
사이가 좋은 형제가 있었고, 사랑해 주는 부모님이 계시고, 육친 같은 친구가 있었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받았고, 빌헬름과 만났기에.
아마 이것저것 아직 문제는 있겠지만.
당신들이라면 꼭 괜찮을 거라고 믿으니까.
당신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늘 변함없이 사랑하니까.
──마지막에 딱 하나, 듣지 못해서 미련인 게 있었어요.
사실은 첫눈에 반했던 걸 알면, 당신은 얼마나 놀라 줄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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