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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바루 소설 연설

한우임다 2024. 11. 13.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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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어, 음, 이걸로 제대로 모두에게 목소리가 들리나?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원투 원투.

 

들리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그래서 말인데, 일단 먼저 놀라게 해서 미안해. 이번엔 무슨 말을 들을까 봐 긴장하거나, 불안해진 사람이 많이 있었을 거야. 하지만 안심해 줘. 지금 이 방송중인 나는 마녀교 인물이 아냐. 먼저, 그걸 말해둘게

 

그리고 기대하게 해서 미안하지만 마녀교 놈들의 위협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어. 도시청사는 되찾았지만 제어탑은 여전히 놈들 수중에 떨어진 채야. 도시가 수몰할 위험도, 그러기 위한 놈들의 요구도 아직 살아있어. 미안하다. 그 사실도 전해두겠어.

 

 

--미안해.

 

지금, 모두 어디서 이 방송을 듣고 있어? 피난소에 있는 사람들이나, 어쩌면 피난소에 도망치지 못한 사람들도 있을 거야. 다들 불안으로 한계일 테지. 무섭다고 무릎을 부둥켜안고 싶어질 기분도 이해해. 그런데도 일부러 모두의 기대를 부추기는 짓을 하는 너는 대체 뭐 대단한 놈이냐고 여기는 사람도 있을 거야.

 

나는 대단한 놈도 뭣도 아니야. 모두와 마찬가지로 상황에 휘둘리며 부조리에 찌부러질 것 같고 쫄아서 다리를 떨고 있어. 그런 녀석이야. 이렇게 모두에게 호소하는 역할도 한바탕 옥신각신 한 다음에야 맡았어. 내게는 짐이 과하다고 지금도 생각 중이야. 원래라면, 이렇게 모두에게 얘기하기에 어울리는 사람은 달리 있어. 분명 그럴 거야.

 

하지만 지금, 이렇게 내가 얘기하고 있지. 나 따위보다 훨씬 대단한 사람들이 내가 해야 한다고 그렇게 말해 줬어. 그러는 데 의미가 있다고. ••••••내 목소리, 떨리지 않아? 남 앞에 서는 건 나에게 맞지 않거든. 훌륭한 말도 못하고 모두를 이끌어 갈 카리스마도 내게는 없어. 약하고 속절없어서, 이렇게 중대한 국면, 지금도 도망치고 싶어 못 견디는데••••••.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서 귀를 막고, 머리를 감싸고, 웅크린 동안 남이 전부 해결해 주면 좋겠다는 소원을 진심으로 빌고••••••.

 

--그런데도 도망칠 수 없으니까, 싸운다, 나는, 그저 그런 녀석이야.

 

한 번 더, 가르쳐 줘. 이 목소리를 듣는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어? 피난소에 도망쳤어? 자기 집에 숨어 있어? 혼자서 떨고 있진 않고? 누군가와 함께 있을 수 있어? 함께 있는 건 소중한 사람이야? 모르는 얼굴이라도 이 몇 시간에 낯 정도는 익혔어?

 

내가 멋대로 하는 말이고, 어려울지도 모르겠지만, 제발 혼자 있지 말아 줘. 혼자 있으면 시답잖은 생각만 떠오르는 법이야. 경험으로 알아. 이해해. 그러니까 혼자 있지 말아 줘. 누군가와 함께 있어 줘. 그리고--

 

그리고 가능하다면 함께 있는 누군가의 얼굴을 봐줘.

 

지금, 누구 얼굴을 봤어? 소중한 사람일까, 아니면 이 몇 시간을 함께 지낸 모르는 상대일까. 친구일 가능성도 있겠지. •••••• 아마 지독한 표정일 거야. 우는 얼굴이거나 괴로워하는 얼굴이지, 웃는 얼굴은 없을 테지. 어쩌면 걱정 끼치지 않으려고 애써 웃으려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있다면 그건 대단한 사람이야. 소중한 누군가가 만약 그렇게 웃고 있으면 자랑스럽게 여겨도 돼. 그렇게 생각한 다음은 알고 있는 웃음과 비교해 보면 돼.

 

--그걸, 용서할 수 있겠냐?

 

나는 용서 못해. 용서하기 싫어.

 

내게도 소중한 사람이 있어. 소중한 동료가 있어. 나는 그 소중한 사람들이 괴로운 표정이나 슬픈 표정을 짓게 하는 놈들을 용서 못해. 억지로 웃음을 꾸미게 하는 것도 사절이야. 까불지 말라 그래. 사람을 물로 보고 있어. 내가 아는 이 애의 웃음은, 원래는 더 귀엽다고 따끔하게 큰소리치고 싶다고.

 

지고만 있을 순 없어. 내던지기만 해선 멋이 없어. 당하고만 있을 순 없어. 잘못된 건 저놈들이야. 잘못된 놈들에게 지는 건 못 참아. 그런 놈들에게 패배를 인정하는 짓, 난 하기 싫어.

 

도망치고 싶어, 근데 도망칠 수 없어. 울고 싶어, 근데 울고 있을 수 없어. 적은 위험한데, 근데 지기 싫어., 그래서 싸울 거야. 약한 것도 머리가 나쁜 것도 전부 알지만 싸워 주겠어. 저놈들이 잘못됐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울 것 같은 표정 짓게 하는 저놈들이 잘못이야. 그러니까 싸운다. 나는 싸울거야. --모두도 싸워 줬으면 해.

 

--착각하지 말아 줘.

 

싸워 줬으면 한다고 해도 별달리 몽둥이 들고 치라는 말이 아니야. 오히려 그런 무모한 짓은 피해 줘. 마녀교 상대로 뭉쳐서 혈안이 되어 싸워달라는 말이 아니야. 내가 모두에게 바라는 건 고개를 숙이지 말아 달라는 거야.

 

바닥을 빤히 노려봐도 변하는 건 없어. 시선으로 구멍이 뚫릴 리 없고 만약 뚫려도 타개책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고 •••••• 그러니까 고개를 들고 앞을 봐 줘.

 

주위를 둘러봤으면 아마 누군가랑 눈이 마주칠 거야. 그건 똑같은 불안이나 똑같이 도망치고 싶단 마음을 떠안고 있는 누군가겠지만••••• 똑같이, 지기 싫단 마음을 떠안은 누군가이기도 해. 함께 있는 소중한 누군가와, 그렇게 지금 눈이 마주친 누군가. 자신도 넣으면 그것만으로도 세 명. 장소에 따라선 더 많은 사람이 있을 테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그걸로 실감해 주면 기쁘겠어. 혼자가 아니라고, 그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법이지? 소중한 누군가의 슬픈 얼굴을 보기 싫다. 눈이 마주친 누군가에게 흉한 모습 보이기 싫다. 그런 얄팍하고 약해빠진 고집쟁이가 설마 나뿐이진 않지?

 

믿게 해줘. 약하고 한심한 나는 아직 포기하질 못해. 끈질긴 약골이 나만이 아니라고 •••••• 그렇게 믿게 해 줘.

 

아니면 나 혼자인가?

 

아직 할 수 있다고•••••• 아직 싸울 수 있다고,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나뿐인가?

 

아니지?

 

모두 아직 싸우고 있지? 약한 마음에 삼켜지지 않았지?

 

옆에 있는 게 소중한 사람이라면 그 손은 잡고 믿어 줘. 이웃이 잘 모르는 누군가라면 같이 힘내자고 끄덕여 줘. 자신도, 그 사람도, 지지도 꺾이지도 않으며 싸우고 있다며. 모두가 꺽이지 않고 있어 준다면 나는 포기 안 하고 싸울 거야. 싸우고-- 싸워서, 이겨 내겠어.

 

 

--내 이름은 나츠키 스바루. 마녀교 대죄주교 '나태'를 토벌한 정령술사야.

 

도시의 마녀교는 나와 동료들이 어떻게 할게! 그러니까 모두는 믿고 싸워 줘. 소중한 사람의 손을 잡고 질 것 같은 약한 마음을 날려 버려 줘. 그러면.

 

--뒷일은 전부. 내가 맡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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