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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권 프롤로그 『마녀의 꿈 이야기』

한우임다 2025. 6. 17.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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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너처럼 형편없는 딸이야.」

그 말과 함께 긴 속눈썹으로 둘러싸인 눈동자를 내리깐 '마녀'를 보고, 알데바란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그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항상 알데바란이 '마녀'와 만나는 초원,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그 장소는, '마녀'가 만들어낸 환상의 성이라 할 수 있는 이공간이다.

그 원리에 대해 물어도, "선잠 속의 꿈 같은 거야"라는 대답으로 얼버무리는 그 초원에, 이날──드물게도 밤이 찾아왔다.

「이런 일도 다 있네」

별이 흩뿌려진 검은 하늘 아래에서, 알데바란은 감탄을 내뱉었다.

기본적으로, 초원의 시간대는 낮으로 고정되어 있다. 어디까지나 이곳은 창조자인 '마녀'의 심상 풍경이기 때문에, 진짜 시간 개념과는 무관하다. 그래서 초원은 항상 밝고 맑은 날씨로 장식되어 있는 것이다.

정작 본인은 흑백 두 색깔만으로 충분하다고 말하면서도, 의외로 마음속에는 늘 햇살이 비치는 듯한 명랑한 성격의 소유자인지도 모른다고, 의심해 본 적도 있었기에, 이 밤의 초원은 놀라움이었다. 하물며 언덕 위에서 예의 '마녀'가 선잠을 자고 있었다면 더더욱.

「────」

하얀 테이블에 상체를 기대어, '마녀'는 조용히 숨을 고르며 잠들어 있었다.

낯선 밤 풍경에 대해 묻고자 했던 알데바란은, 그녀가 자고 있는 것을 알아차린 순간 숨을 죽이고, 오랫동안 '마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가장 먼저 떠오른 감상은, '마녀도 잠을 자는구나'라는 것이었다.

당연할지도 모르지만, 그 정도로 '마녀'의 생태는 수수께끼투성이다. 자신의 뜻대로 이공간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존재인 만큼, 만약 잠을 자지 않는다고 해도 놀랍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오늘 이 날이 오기 전까지 그녀가 자는 얼굴을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정말 얄미울 정도로 예쁘네……」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자고 있어도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지성과 호기심이 깃든 날카로운 눈매는 감겨 있었지만, 신이 정성을 들여 조정한 듯한 오밀조밀한 이목구비, 세상의 다른 색이 필요 없을 정도로 길고 아름다운 백발과 눈부시게 하얀 피부──정말 화가 날 정도였다.

「생각해보니 좀처럼 없는 기회니까, 급히 펜이라도 가져와서 얼굴에 낙서라도……」

「———읏」

「―――헉!」

불순한 생각을 떠올리는 순간, 얇은 입술에서 새어나온 소리에 알데바란은 얼어붙었다.

아직 아무 짓도 하지 않았는데, 마치 장난을 들킨 아이처럼 기분이 묘해졌다. 그러나 알데바란의 긴장은 그 다음 순간 최고조에 달했다.

──잠든 '마녀'의 눈가에, 희미하게 맺힌 눈물의 자국을 본 것이다.

「선생님──」

「……응」

무심코 알데바란은 잠든 '마녀'의 어깨에 손을 얹어 흔들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부름과 어깨의 감촉에 가늘게 목소리를 내며, 천천히 눈꺼풀을 열었다.

그 까만 눈동자가 몇 번 깜빡이며 눈앞의 알데바란을 확인하자,

「……알데바란?」

「아, 아아, 그래, 선생님. 이런 데서 선잠이라니, 안 어울려요」

「…………」

동요를 숨기려는 알데바란 앞에서, '마녀'는 조용히 몸을 일으켰다. 가느다란 손가락을 턱에 대고, 잠에서 깬 '마녀'가 상황을 정리하듯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꿈, 이었구나」

그 말에는, 꿈이었다는 사실이 아쉽다는 뉘앙스가 담겨 있었다.

 


그렇게 중얼거리고 나서, '마녀'는 손끝으로 눈가의 눈물을 쓸어내며 잠의 여운을 털어냈다. 그 무심한 몸짓에, 알데바란은 묘한 쓸쓸함을 느꼈다.

그래서, 무심코 물어보게 되었다.

「꿈 꾸다 울다니, 애도 아니고. ……무슨 꿈이었어요?」

「…………」

어색함에 말을 잇지 못하는 알데바란은, 자신의 질문을 깊이 후회했다.

솔직히 말해, 상상했던 건 꿈에 대한 잡다한 지식을 늘어놓는다든가, ‘마녀’의 꿈에 관심을 가진 걸 가지고 놀리며 장난치는 평소의 전개였다.

하지만 알데바란의 질문에, '마녀'는 평소와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돌아온 대답이, 바로 이야기의 시작에 있었던 그 말이었다.

『──나도, 너처럼 형편없는 딸이야』

「…………」

다시 한번 그 말을 곱씹으며, 알데바란은 침묵 속에서 혼란에 빠졌다.

대체 무슨 뜻일까. 더 캐물어도 괜찮은 걸까. 평소 같으면 말리기 전까지 계속 이야기하던 사람이, 왜 오늘따라 이렇게 조용한 걸까.

──이걸 캐물어도, 확인해도, '마녀'는 상처받지 않을까.

「……정말, 누가 더 애인지 모르겠네」

「……예?」

「그렇게 작아져서는, 마치 아이 같잖아. 걱정 마. 너한테 상처 입을 정도로 귀여운 존재는 아니야. 난, 나쁜 마녀라고?」

한쪽 눈을 찡긋하며 윙크하고, 언제나 하던 말투로 대답하는 '마녀'. 거기엔 그녀 특유의 유쾌한 장난기가 비쳐, 알데바란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정말 살아 있는 기분이 들지 않았던 것이다.

「젠장, 선생님 따위한테 이런 기분을 느끼다니……」

「이상하네. 내가 알기로 선생님이란 말은 존칭일 텐데, 존경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네. 조금, 숙녀의 잠든 얼굴을 본 게 부끄러워서 그랬을 뿐인데」

「그게 더 나쁜 거거든요!」

트라우마 생길 뻔했다며 항의하는 알데바란을, '마녀'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웃으며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순식간에 차가 담긴 찻잔이 나타났고, 알데바란의 것도 함께였다.

「자, 기분 풀어. 기왕이면 과자도 낼까?」

「됐어요. 여기서 먹어봤자 배에 안 차니까, 현실로 돌아가면 배고픈 몸과 만족한 마음 사이에서 배부름 센터가 엉망이 된단 말이죠」

「그 얘기 들으니까 더 먹여주고 싶어졌는걸?」

「성격 더러워!」

악의 없이 짓궂은 '마녀'에게 그렇게 외치며, 알데바란은 턱을 괴었다. 그러고는, 즐거워 보이는 '마녀'의 모습을 몰래 살펴보다, 그녀의 얼굴에 눈물 자국이 사라졌다는 것을 확인한다.

「…………」

눈물의 흔적은 사라졌다. 하지만, 알데바란의 가슴에는 지워지지 않는 응어리가 남았다.

'마녀'가 농담이라고 말했던 그것은, 아마도 농담이 아니라 진심일 것이다.──아름답고 똑똑한 그녀라 해도, 스스로를 저주하고, 눈물을 흘리고 싶은 순간이 있다는 사실.

도대체 누구에게, '마녀'는 형편없는 존재였던 걸까.

「응?」

「……아니에요. 아무것도요, 잠꾸러기 선생님」

아무 악의 없이 고개를 갸웃하는 '마녀'에게 투덜대며, 알데바란은 찻잔에 입을 댔다. 아마도,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같은 질문을 할 기회는 또 찾아올까. 만약 다시 온다면, 그 답을 알고 싶은 걸까.

알고 싶다고 한다면, 그 이유는 동정일까, 공감일까.

혹은──

「──가짜 별하늘이지만, 꽤 멋진 절경이지?」

그 별하늘과 같은, 아니 그보다 더 눈부시게 보이는 칠흑의 눈동자를 자신에게 향하게 하고 싶었던 걸까. '마녀'와 같은, 형편없는 존재인 알데바란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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