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제로 정보/리제로 소설

40권 프롤로그 『별을 쫓는 나날』

한우임다 2025. 3. 14. 16:34
반응형

――반복해서, 반복해서, 끝없는 복도를 계속 루프하게 되었을 때, 알데바란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자신이 나왔던 문을 활짝 열었다.

 

「.....예전부터 말하고 있지만, 나는 어떤 결과든 흥미롭게 받아들일 수 있고, 미리 세운 예상이 뒤집히는 것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경험이라고 생각해」

 

「헤에, 그래서?」

 

「그런데, 왜일까? 지금 네 행동은 내가 예로 든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는데......왠지 기분이 나쁘단 말이야」

 

「그야 아마, 내가 한 번에 정답을 맞힌 게 불만이겠지!」

 

문을 열자마자 눈에 띄게 불쾌한 표정을 짓고, 술술 자기 심정을 말하기 시작한 ‘마녀’에게 알데바란은 그렇게 소리쳤다.

던져진 끝없는 복도, 계속 루프하는 공간, ‘마녀’식으로 표현하자면 흥미로운 장소였지만――

 

「미안하지만, 난 이런 식의 룰에서 한 방에 정답을 맞히는 편이거든. GM 입장에선 준비한 이벤트를 다 밟아줬으면 하겠지만」

 

「게임 마스터. 장소와 사건, 그리고 그 공간을 지배하는 자의 일......즉, 여기선 네가 그렇다는 거야, 선생」

 

「과연 기억해두지。‘지ー엠’, ‘지ー엠’, GM인가」

 

몇 번 입에 익숙하게 중얼거리더니 금방 발음이 자연스러워졌다.

여전한 학습 능력을 발휘하는 모습에, 알데바란은 감탄하면서도 동시에 불안을 느꼈다.

호기심이 강한 ‘마녀’는 알데바란이 발하는 미지의 것들에 한없이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언젠가는 지혜의 열매가 맺히는 나무도 말라버리고, 그녀가 원하는 사과를 건넬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마녀’는 알데바란을――

 

「우울한 얼굴이네. 무슨 일이야?」

 

「ㅡㅡㅡㅡㅡㅡ」

 

문득 생각에 잠긴 알데바란을, ‘마녀’가 무방비한 거리에서 들여다본다.

산들거리며 흔들리는 하얗고 아름다운 머리카락과, 검은 눈을 설경처럼 장식한 긴 속눈썹, 단정한 이목구비와 얇은 입술이 가까이 있어서, 알데바란은 무심코 상대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쌌다.

 

「우꺄」

 

‘마녀’가 볼을 눌려, 지극히 가까운 거리에서도 동요하지 않는 모습이 되었다.

 

「후우, 위험했어」

 

「잠깐 잠깐 잠깐, 내 얼굴을 이렇게 막 다뤄놓고, 미안해하기는커녕 속이 시원한 표정이라니 이상하지 않아?!」

 

「그건 서로 관점 차이라는 게 있지」

 

「놔——줘——!」

 

직전까지의 미스터리한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뺨을 잡은 알데바란의 손을 붙잡고, ‘마녀’는 몸부림치며 이 처참한 대우에서 벗어나려 했다.

하지만, 그런 ‘마녀’의 필사적인 저항은 너무나도 약하고, 빈약했다.

 

「오히려, 나약......!」

 

「네가 나를 어떤 단어로 표현할지 흥미롭긴 한데, 일단 이 손을......와앗」

 

너무 약한 ‘마녀’가 불쌍해서 손을 놓아주자, 이번에는 뒤로 넘어질 뻔했다.

그걸 「위험해」라며 얼른 받쳐주었고, 외모 이상으로 가벼운 그녀의 몸무게에 추가로 놀랐다.

 

「어떻게 이렇게 살아가기 힘들어 보이는 여자냐」

 

「도와줘서 고마워. 하지만, 그런 말은 좀 너무하잖아? 게다가, ‘살아가기 힘들다’라는 표현은 지금의 나에게 적절하지 않지. 그렇지 않아?」

 

「ㅡㅡㅡㅡㅡㅡ」

 

「그리고, ‘살아가기 힘든’ 점수로 따지자면, 나보다 네가 훨씬 높은 점수를 받을 거야. 그건 권능 때문이 아니라, 네 삶 자체가 말이야」

 

일부러 세심하게 덧붙인 ‘마녀’의 말에, 알데바란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의 말이 옳았다. 틀렸길 바랄 정도로, 너무나도 옳았다.

그걸 지적받는 것도, 다시 한 번 상기되는 것도 싫어서, 알데바란은 뒤쪽 문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 복도, 무슨 의도로 만든 거야?」

「기분 전환과 논리적인 사고력 훈련이 되길 바랐지. 안타깝게도, 기분 전환이라기엔 너무 짧았고, 논리적인 사고력보다는 직감으로 돌파당했지만」

 

「.........미안하다」

 

「어휴, 내 자랑거리였는데. 언젠가, 누군가가 다시 써주길 바라야겠어. 방법을 책에 남겨둬야겠네」

 

부지런한 ‘마녀’의 원대한 야망은 차치하고, 알데바란이 실수로 망쳐버린 그 공간이 엄청나게 고도화된 암흑 마법의 결정체였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했다.

 

그런 걸 그렇게 가볍게 만들어도 되는 것도 아니고, 대충 넘어가도 되는 것도 아니었다.

 

「ㅡㅡ알면 알수록, 깊고, 산은 높아」

 

자신이 엄청나게 호화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이해했지만, 그걸 얼마나 실감할 수 있는지는 자신이 없었다.

그런 것들은 모두, 자기 자신 이외의 것과 비교했을 때만 성립하는 것들이다.

그리고 알데바란의 세계에는, 자신 이외의 존재가 거의 없다.

그나마, 눈앞에 있는 ‘마녀’와――

 

「ㅡㅡ나츠키・스바루」

 

귀에 끈적하게 달라붙고, 고막을 문질러지고, 뇌 속을 휘젓는 것 같은, 들을 때마다 알데바란의 존재를 긁어내고, 불안하게 만드는 여섯 개의 소리.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은 여섯 개의 소리가, 그 순서로 얽히면, 영혼을 비틀어 놓는다.

그걸 알면서도, 그 이름을 알데바란에게 들려준 ‘마녀’는 미소 지으며 말했다.

 

「자, 시작하자, 알데바란. 어제는, 얼마나 걸렸더라?」

 

「ㅡㅡ딱, 백 번」

 

잊지도 않았으면서, 알데바란이 직접 말하게 하려고 묻는 ‘마녀’가 미웠다.

미운데도, 미워할 수 없는 것이 괴롭고, 고통스럽고, 부끄럽고, 한심하다.

――이 사람이 날 버린다면, 내게는 도대체 무엇이 남을까.

가장 바라보길 원하는, 저 짙은 보랏빛 눈동자에, 결코 비칠 수 없는 나는, 무엇을.

 

「알데바란?」

 

고개를 갸웃하며, ‘마녀’가 알데바란을 들여다본다.

그 ‘마녀’의 검은 눈동자와, 자신의 검은 눈동자, 둘 다 같은 검은색인데, 그것들이 같은 색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자신과 ‘마녀’를 비교한 결과 때문일까.

그렇게 비교한다면, 어느 쪽이――

아, 그런 건, 상관없다.

바라던 역할을 해내자.

아무도 바라지 않는 것보다는, 그게 백 배는 나으니까.

그러니까――

 

 

「아, 그래. 시작하자, 선생.――내가 나이기 위해서」

 
 
반응형